본문 바로가기
일상잡학

개인주의는 무엇인가?

by 뚜나씨 2023. 8. 13.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나는 개인주의자가 아니고 싶다.

전체 구성원이 나아가는 방향에서 어느 누구 혼자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수가 원하는 의견이라면 큰 반항이나 어겨야 한다는 마음도 없이 따르는 편이다. 그게 마음이 편하니, 내가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그렇게 하는 편이다. 이런 마음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하는 개인주의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는 커피가 떨어져도 빠릿빠릿하게 채우지 않는 신입사원은 이해가 되지 않고, 신입사원은 적당히 긴장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흔히 말하는 ‘꼰대스러움’까지도 있다.

 

책 속에 내가 있다.

글 곳곳에 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회식자리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신나는 척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는 것이 마음이 더 낫다. 집단주의, 관료주의, 상명하복이 싫다 갑갑하다 말하면서도 적당히 타협하고 맞추는 것이 내 마음이 나은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한 방법대로 까라면 까라는 사람들한테 맞춰주며 둥글어 보이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로 둥근 사람을 볼 때면 뭔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톨레랑스’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낯뜨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처음엔 저 마음이 진심일까 의심하다가 둘째로는 고맙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동화되는 것 같다. 내가 참아온 불합리를 내 후배도 참는 것이 당연하다는 ‘내가 만든 불합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서두에 말한 ‘나는 개인주의자가 아니고 싶다’라는 말에서 ‘개인주의자’라는 것은 사실은 ‘이기주의자’인 것 같다. 개인주의자와 이기주의자의 차이는 ‘톨레랑스’를 지니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다름에 대한 관용을 가져야만 줄 세우는 기준들에서도 벗어나 각자의 행복의 기준을 인정할 수 있다. ‘타인은 틀리고 내가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생각인 것 같다.

내가 몇 년 더 살았다는 것만으로 내 말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다. 내가 정답이라고 믿고 사는 것들이 타인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살고 싶다.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며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적당한 자유와 타협

지금의 나는 앞에서 끌고 뒤서 미는 학연, 지연 같은 집단주의적 단어들을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할뿐더러 나 스스로도 종종 이용하곤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톨레랑스’는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타협인 것 같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해진다면, 내가 누군가의 ‘톨레랑스’에 동화되었듯 누군가 나의 것에 동화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