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나는 개인주의자가 아니고 싶다.
전체 구성원이 나아가는 방향에서 어느 누구 혼자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수가 원하는 의견이라면 큰 반항이나 어겨야 한다는 마음도 없이 따르는 편이다. 그게 마음이 편하니, 내가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그렇게 하는 편이다. 이런 마음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하는 개인주의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는 커피가 떨어져도 빠릿빠릿하게 채우지 않는 신입사원은 이해가 되지 않고, 신입사원은 적당히 긴장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흔히 말하는 ‘꼰대스러움’까지도 있다.
책 속에 내가 있다.
글 곳곳에 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회식자리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신나는 척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는 것이 마음이 더 낫다. 집단주의, 관료주의, 상명하복이 싫다 갑갑하다 말하면서도 적당히 타협하고 맞추는 것이 내 마음이 나은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한 방법대로 까라면 까라는 사람들한테 맞춰주며 둥글어 보이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로 둥근 사람을 볼 때면 뭔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톨레랑스’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낯뜨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처음엔 저 마음이 진심일까 의심하다가 둘째로는 고맙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동화되는 것 같다. 내가 참아온 불합리를 내 후배도 참는 것이 당연하다는 ‘내가 만든 불합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서두에 말한 ‘나는 개인주의자가 아니고 싶다’라는 말에서 ‘개인주의자’라는 것은 사실은 ‘이기주의자’인 것 같다. 개인주의자와 이기주의자의 차이는 ‘톨레랑스’를 지니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다름에 대한 관용을 가져야만 줄 세우는 기준들에서도 벗어나 각자의 행복의 기준을 인정할 수 있다. ‘타인은 틀리고 내가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생각인 것 같다.
내가 몇 년 더 살았다는 것만으로 내 말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다. 내가 정답이라고 믿고 사는 것들이 타인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살고 싶다.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며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적당한 자유와 타협
지금의 나는 앞에서 끌고 뒤서 미는 학연, 지연 같은 집단주의적 단어들을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할뿐더러 나 스스로도 종종 이용하곤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톨레랑스’는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타협인 것 같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해진다면, 내가 누군가의 ‘톨레랑스’에 동화되었듯 누군가 나의 것에 동화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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